본문 바로가기

즉문즉설/공감100%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면 보따리 내놓으라”는 속담이 있는데 어떤 취지로 도와주는지 궁금합니다.

4월 16일 오후 경북 예천 문화예술회관에서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있었습니다. 절에 가면 남의 말을 어쨌든 좋게 하라 하는데, 사회 돌아가는 거며 정치가가 잘못하는 것에 대해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되는 건지 헷갈려하시는 한 남자분이 하신 질문 중에 한 가지를 싣습니다. 

 

 

질문자 : 북녘동포돕기운동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면 보따리 내놓으라”는 속담이 있는데 어떤 취지로 도와주시는지 궁금합니다.

 

스님: 북한의 어린이들을 돕는 건데, 생각을 어떻게 할거냐의 문제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면 내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 이런 속담이 있잖습니까?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면 그 사람이 내게 감사해야한다는 그것이 보편적인 생각이에요. 그러나 세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내가 살려주면 고맙다는 사람도 있지만, 거꾸로 내 보따리 내놔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내 보따리 내놔라 하는 사람은 건지지 말아야 하느냐?

 

내 이기적인 입장에서 보면 건지지 말아야 되요. 그런데 진리의 측면에서 보면 어떠냐? 그래도 건져야 된다. 왜? 생명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사 들으려고 건지면, 감사하는 사람은 건지고 내 보따리 내놔라 하는 사람은 건지지 말아야 하는데, 설령 그렇더라도 물에 빠진 사람은 일단 건져야 된다. 그게 진리다. 부처님의 첫 번째 가르침이 살아있는 생명을 존중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북한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요. 연평도 폭격할 때 저런 놈의 새끼들, 팍 가서 때려버려야지, 다 그래요. 그래서 연평도가 폭격 받았다고 북한을 10배로 때리면 북한이 가만히 맞고 있겠어요? 때리겠지요. 어디를 때릴까? 김포공항을 때려요. 김포공항이 맞으면 우리가 가만있을까? 안 있겠지. 그럼 평양을 때리겠지? 평양 때리면 북한은 가만있을까? 서울 때리겠지. 아니면 고리 원자력이나 월성 원자력을 때리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가 북한을 때려서 전쟁을 이길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일본에서 원자력 사고 난 것 보셨죠? 그래서 이기면 뭐해요. 겁이 나서가 아니라, 우리 이익 보전을 위해서 감정을 다스리고 적절한 통제를 하는 거요. 그러니까 대통령이 힘이 없어서, 우리 군인이 힘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요. 그게 더 큰 이익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국민의 감정은 그렇지가 않지요? 여러분도 남편에게 어쩌다 한 대 맞거나 그러면 성질 날 때면 내일 아침에 콱 가버리고 싶지요. 그렇게 성질대로 했으면 지금 사는 사람이 몇 사람이 될까? 아무도 못 살지. 그러나 우리는 하루 지나면 자식도 있고 그러니까 사는 게 낫다 이렇게 결론이 나는 거요.

 

그래서 내 보따리 내놔라 할지라도 물에 빠진 사람은 구해야 한다, 마음을 이렇게 딱 가지면 아무 문제 안돼요. 북한이 연평도나 금강산에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군인 중에서도 우두머리가 일으키는 거요. 그런데 우두머리는 배고플 일이 없어. 그러면 우리가 식량 안준다 하면 그 사람이 겁낼까? 겁 안 나겠지. 그러니까 한쪽에서 설령 분쟁을 하더라도 북한정부로부터도 소외당하고 억압 받는 버려진 아이들, 배고픈 사람들은 누가 돌봐야 된다? 우리라도 돌봐야 된다. 북한정권과는 아무 관계없는 거요.

 

 

 

 

그러면 식량을 주면 그 중에 얼마는 군인이 뺏아가지 않겠느냐? 네, 그렇습니다. 어디든지 좀 없어져요. 그 정도는 각오해야 되요. 우리 어릴 때 미국에서 강냉이 가루와 우유가루가 배급 왔죠. 그럴 때 우리에게는 도시락에 조금 줬을 때도 담임선생을 보면 우리보다 좀 많이 가지고 있는 걸 봤지요? 교장선생님은 더 많이 가지고 있어요. 이것은 구호활동을 하다 보면 전 세계에 다 있는 현상인데, 북한이 조금 심하다.

 

우리가 준 게 100% 군대 간다? 그렇지 않습니다. 군대에 전혀 안 간다. 그것도 거짓말이다. 군인도 배고프기 때문에 간다. 가는데 다 가는 건 아니다. 일부 좀 가고 일부 주민들에게 가는 거요. 그래서 그런 거 때문에 전쟁에 이기고 지고 하는 게 아니다. 식량 주면 지고 안 주면 이기고 그런 거 아네요.

 

지난 4년 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주지 않아서 남북관계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이익이 뭐가 있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창고에 쌀이 남아서 치운다, 사료로 쓴다고 고생하고 있잖아요? 양심적으로 생각해봐요. 아무리 적이라지만 우리 동포인데 우리는 쌀이 남아서 돼지에게 사료로 만들고 저기에는 아이들이 굶어죽는다 할 때, 우리 조상들이 보면 어떻겠어요?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된다. 무조건 주자는 게 아니라 이렇게 극한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에게는 우리가 조건 없이 인도적 지원을 해야 된다. 그래서 하는 거요. 지금 저희가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고아원, 양로원, 장애자만 지원합니다. 거기 53군데 지원을 하는데, 우리가 지원하면 거기 가서 어디로 가서 지급되는지 다 확인합니다.

 

저희는 북한뿐만 아니라 필리핀 민다나오나 캄보디아, 스리랑카, 인도 등 가난한 사람들에게 학교를 지어줘요. 왜? 제가 아주 시골에서 태어나 마을에서 학교까지가 2킬로인데 걸어 다녔어요. 그런데 제 형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8킬로를 걸어 다녔어. 만약 정부가 강제로 초등학교에 다니게 하지 않았으면 우리같은 사람은 학교를 못 다녔을 거요. 그랬으면 제가 이렇게 일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늘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도 은혜를 받았으니깐 갚으려고 하는 겁니다. 되었나요?

 

질문자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