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이 완연한 4월 12일 오후, 전북 진안군 진안군청에서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있었습니다. 선거가 바로 끝난 직후여서 그런지 정치에 관한 질문을 하시는 남자분이 많았는데, 그중 한미FTA에 대해 질문을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질문자 : 미국인구 3억중에 1억 인구가 의료보험이 없다고 합니다. 미국국민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못주는 미국정부가 한국 국민들을 잘살게 하기 위해 한미FTA를 추진할까? 이 진실에 대해 80%의 국민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 아내가 결혼을 할 때 자기를 위해서 할까 남편을 위해서 할까요? 남자도 여자도 자기가 필요해서 결혼을 하고서도 둘 다에게 이익이 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결혼을 잘못하면 망할 수도 있어요. 단정할 수가 없는데 평가를 해볼 때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은 의견이 갈려있어요. 어떤 게 이익인지 어떤 게 손해인지 서로가 달라요.
마찬가지로 미국은 미국을 위해 FTA협약을 하고, 한국은 한국의 이익을 위해 FTA를 해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미국과 FTA해서 확실히 이익 보는 계층이 있고 확실히 손해 보는 계층이 있어요.
반대로 미국 안에도 그래요. 그런데 오바마는 원래 반대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 의견을 받아 약간 고쳐서 했어요. 한국에서는 이 고친 것에 대해 고쳐도 우리에게 이익이다 해서 했어요. 이 협약을 못 고친다고 했는데, 미국은 고쳤어요. 오바마 정부가 들어와서 고쳤어요. 한번 정하면 못 고친다고 하지만, 어떻게 여론이 형성되는가에 따라서 달라요.
그리고 이게 70년 기한인데, 지금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요. 지금 있던 산업이 20년 후에 있다가 없어지는 것도 있고, 새로 생기는 것도 있고 그래요. 지금 미리 합의한 게, 20-30년 합의한 게 아주 불리해질 수도 있고 유리할 수도 있는데, 이럴 때는 20년까지는 100개를 하고 해보고 또 100개 하고 하면 되는데, 한꺼번에 300개를 다 해버려요. 그러니까 이익과 손해를 떠나서 굉장히 불안합니다. 손해와 이익을 알 수가 없어요. 이럴 때는 점차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은 것은 잘못했다고 말할 수가 있어요.
4대강 개발을 했었을 때도 그래요. 하자는 사람과 하지 말라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그 이유가 있어요. 하자는 사람이 무조건 나쁘다고 보면 안돼요. 하자는 사람과 하지 말자는 사람이 타협을 봐야 해요. 4대 강 중에 영산강은 합의점이 쉬우니까, 먼저 하나를 해보고 나머지 3대강은 다음에 하자. 이게 민주주의요. 그런데 4개를 한꺼번에, 그것도 2년만에, 전 구간을 다 밀어붙이는 거요. 이것은 환경문제로 싸우시면 안 돼요. 반민주주의이에요. 잘못됐다는 거요. 4대강 개발사업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잘못됐다는 관점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반민주주의라는 거요. 타협을 모르는 거요. 민주주의는 타협이에요.
제주도 강정마을 문제도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에 서면 안돼요. 의견의 찬반이 있지 않습니까. 특히 그 땅에 사는 도민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바로 강행하는 것은 대부분 반대했잖아요? 그러면 토론을 더해야 되요. 이게 오늘 안하면 난리 나는 일이 아니잖아. 10년 할 수도 20년을 할 수도 있는 거요. 그런데 밀어붙이는 이 반민주주의적인 태도가 문제예요.
이걸 자꾸 환경문제로 접근하거나 군사문제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군사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중국이 지금 점점 커지고 있잖아요. 우리로서는 사실 겁나요. 우리한테 해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중국을 경계를 해야 됩니다. 그래서 중국의 팽창을 막아야겠다고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가 누구일까? 미국이에요. 미국의 경쟁국이 중국이라고 보니까. 그래서 중국을 방어, 봉쇄하려고 하는 겁니다. 일본 끼우고 우리 끼우고 필리핀 끼우고 대만 끼우고 베트남 끼우고 해서 봉쇄를 하려해요. 여기에 우릴 집어넣는 거요. 우리도 중국의 팽창이 두려우니까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의 위험이 있어요. 우리가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선 미국과 협력해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데 우리가 여기에 너무 앞장서서 반대하면 중국의 타켓이 될 수 있겠죠? 화를 막으려다가 재앙을 자초하게 되겠죠.
제주도에 군항을 만든다 하면 누가 봐도 이것이 중국을 겨냥한다는 것을 다 알아요. 그러면 중국 사람들이 기분 나쁠까 안 나쁠까? 지금 말은 안하고 있지만 기분 나쁘겠죠. 제주도에 중국 사람들이 비자 없이 들어오잖아. 관광객이 한꺼번에 만 명도 들어온다 하잖아요?
이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중국에서 강제적으로 관광객을 제주도에 안 보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군사적으로도 타켓이 될 수가 있겠지요. 그러면 이것은 안보를 지키는 게 아니라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잖아. 그럼 어느 게 더 유리한지를 잘 따져야 돼.중국에 대해서 경계 해야 될 일이 있고, 중국과 협력을 해야 될 것이 있는데, 어느 쪽을 어떻게 요령껏 할 것이냐. 연차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굉장히 심사숙고를 해야 해요. 그런데 이것을 논의를 별로 안하고 미국 하자는 대로 덜렁 해버렸다 하면, 우리에게 화가 될 위험이 있어요.
강했던 명나라가 임진왜란 때 우리를 강력하게 도와주었다. 그래서 명나라가 조선의 은인이었다. 그런데 청나라가 명과 관계를 끊고 자기와 관계를 하자했을 때 우리가 명이 우리의 은인이라고 그것을 거절했다가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삼전도 굴욕을 당했어요. 그래 우리가 아무리 명나라의 은혜를 입었다 해도, 국제정세의 변화에서는 청나라가 뜨고 명나라가 지면 위치를 명에서 청나라의 중간지대로 바꾸어줘야겠지요. 이런 국익을 위한 외교를 못했기에 병자호란을 당하게 된 거요. 그런 것처럼 지금 누가 봐도 미국이 제일 쌔지만 지고 있는 해요. 이렇게 가면 30년 후에는 그 힘이 비슷하지 않을까. 30년 후에는 중국이 더 쌔질 거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우리는 옛 친구인 미국과의 관계도 적절히 하고 새로운 친구인 중국과의 관계도 적절히 맺어야 돼요.
미국 괘씸죄와 중국 괘씸죄에 안 걸려야 한다. 이런 자세에서 제주 군항이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 논의가 되어야 돼요. 군항이 없어도 된다면 문제될 것도 없지만, 군항이 꼭 필요하다면 그 위치를 조정하는 이런 토론이 필요하다는 말이에요. 이런 논의들이 있고 나서 국가정책을 정해야 하는데, 그게 지금 안 이루어진다. 그런데서 환경문제는 당연히 있고, 시민이 반대하는 것도 있지만 민주주의 문제에요. 국가이익이라는 측면에서도 더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고요. FTA도 그렇고 제주 강정마을도 그렇고 주한미군철수문제도 그래요.
주한미군철수문제의 경우, 미군이 무조건 나가야 된다, 있어야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돼요. 미군 철수문제는 아무런 걱정 안 해도 된다.
왜 그럴까? 미국이 있겠다 하면 있으세요, 이러면 돼요. 나가겠다 하는데 있으세요, 하면 주둔비를 누가 물어야 됩니까? 우리가 물어야 되겠지요. 그런데 있겠다 하는데 나가라 하면 괘씸죄에 걸려요. 6.25도 도와주고 뭐도 도와줬는데... 그런데 나가겠다 하면 그동안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우리 국방은 이제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보내면 되고, 있겠다 하면 그동안 고마웠어요, 있으세요. 이렇게 하면 돼요. 그러면 국방비는 자기가 있겠다고 하니까. 자기가 물어야 된다. 이건 머리 틀 필요도 없어요. 이렇게 자주적 입장이 분명하면 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거요. 왜냐하면 옛날에는 미국이 좋다 나쁘다 의견이 분분했는데,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따른 우리들의 국방과 안보를 생각하면, 미국이 이제는 필요합니다. 베트남 같은 경우는 미국과 싸웠었는데도 지금 미국과의 관계가 긴밀해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우리 우방을 쫒아낼 필요가 뭐 있어요? 상황이 바뀐다는 거요. 친구가 적이 될 수도 있어요. 국가이익을 위한 굉장한 영민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진보세력이든 보수세력이든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지금은 실용적인 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그런 면에서 이 문제들을 싸우지 말고 공론의 장에서 진짜 어떤 것이 우리 민족의 이익에 부합하느냐 이렇게 해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편 가르기 갖고는 해결이 안 됩니다. 굉장한 토론이 필요해요. 보수도 진보도 껴안아야 합니다. 모두 다 대한민국사람으로 보고 현명하게 판단을 해야 합니다.
질문자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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