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면산 물난리가 나고 난 후 처음으로 산에 올라갔습니다. 우면산은 공사가 한창입니다. 다 쓸려 내려온 나무가 몇트럭째 바깥으로 실려나가고 포크레인 소리가 산의 주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면산에 올라가면 신기한 새소리와 물소리가 기가막히게 노래를 했는데 기계소리에 파묻혀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산의 기운이 제 몸안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 내일도 가려합니다.
산아래에서 작업하는 포크레인 소리가 산위로 올라갈수록 작게 들립니다. 반대로 물소리는 더 선명하게 들립니다. 물소리를 가만 들어보면 다 다르게 소리를 냅니다. 평상시에는 산에 가도 그냥 물소리를 흘려들었는데 어제 오늘 귀를 쫑긋 세운 탓인지 물소리에도 색깔이 있음을 느낍니다.
<조건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물>
물이 어떤 조건을 만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릅니다. 좁은 바위틈을 흐르는 물소리, 높은 곳에서 바위아래로 떨어지는 물소리, 낙엽을 지나 흐르는 물소리가 다 다릅니다. 신기해서 물이 흐르는 곳마다 쪼그리고 앉아 소리를 들었습니다. 매일 산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습니다. 지금은 가게 보살님이 산에 가셨습니다. 번갈아 갈 수 있어 좋습니다.
최근 출가용맹정진 입재 법문을 들었습니다. 거기에서 제 머리를 때린 스님 말씀이 있었습니다.
"불자의 최종 목표는 해탈 열반을 증득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출가를 하는거다. 그런데 부처님 법을 만나고도 여전히 남편때문에 괴롭고, 자식때문에 괴롭고 미래를 불안해 한다면 아직 그 사람은 출발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헉, 출발도 못했답니다. 저는 이미 출발한지 한참을 갔는데도 헤매는 줄 알았는데 아직 출발도 못했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언제쯤 출발할 수 있는지는 저 자신만 알 수 있겠지요. 그리고 출발하고 어디쯤 갔는지도 제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가다가 쉬고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도 있으니...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제 마음속에 근심 걱정이 털어짐을 느꼈습니다. 스님의 직설화법은 충격요법이 센 편입니다. 스님의 말씀에 출발했습니다. 운동화 끈을 다시 묶고 출발했습니다. 정말 마음에서 바로 털고 일어서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가다가 쉬어갈 망정 출발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제 출발했습니다.
<오래된 새길>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노신 <고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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