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캠페인에 나온 사람들>
인사동으로 거리캠페인을 나가는 날은 이상하게 늘 춥습니다. 매달 첫째 주, 세째 주 일요일 오후 2시인데 계속 추웠습니다. 특히나 우리가 자리를 펴는 크라운베이커리 앞 인사동 거리는 해가 들지 않아 무척 춥습니다.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에 훨씬 체감기온이 떨어집니다. 인사동 거리모금을 가는 마음은 늘 그렇듯이 가고 싶을 때가 없습니다. 가기 싫다는 마음이 99.999%이지만 갑니다. 특히나 일주일에 한번 쉬는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바람부는 인사동 거리>
딸도 가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인 걸 알지만 첫째주에 있는 거리모금을 가지 않았기에 이번주는 꼭 가야하는 날입니다. 핑계삼아 다음 달에 두번 가는 것으로 미룰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오랜 제 경험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때가 되면 또 가기 싫은 마음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습관을 만들고, 정해진 원칙을 지키는 것은 어디서나 중요합니다. 오늘 거리캠페인을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인천 언니네 집에서 일요일날 모이자고 했습니다. 이유는 형부가 박사학위를 금요일에 받았는데 축하 겸 모이자는 겁니다. 갈등을 좀 했습니다. 거리캠페인이 애매하게 오후 2시니 인천에 놀러갔다가 갈 시간은 도저히 안됩니다. 다음 달에 두번을 갈까도 잠시 생각은 했지만 제일 먼저 해주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무슨 약속이 있다고 다음으로 미루면 아이도 똑같이 나처럼 미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어떤 것이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우선 순위에 놓일 수 있는가를 따져보니 아무 것도 없습니다. 또 떠오른 얼굴은 거리캠페인을 주관하는 분이었습니다. 지금 그 분의 아버님이 병원에 계셔서 출근도 병원에서 하는데도 캠페인 준비를 해서 나오시기 때문입니다.
입장이 분명히 정리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내 안에서 거리캠페인보다 더 우선되는 일은 절대 없다라고 정해놓으니 집안 모임이 급하게 결정나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잠시 흔들려도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이 십분 정도 지나도 모금함에 천원짜리 몇 장밖에 들어오지 않아서 제 마음이 약간 조급했습니다. 많이 모금 받고 싶은데 뜻대로 잘 안되니 목소리에 힘이 안 실렸습니다. 순간 제가 모금도 1등을 하려는 마음을 보았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모금을 잘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제 모금통은 다른 분들의 모금통보다 많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제 모금함을 보면 탄성을 지릅니다. 어떤이는 제게 모금의 여왕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보험을 하면 잘 하겠다고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남보다 모금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있고, 모금이 잘 안되면 부담감으로 작용합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모금액 306,000원>
'명상이 잘되는 것도 없고 못되는 것도 없다. 기도가 잘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우리는 다만 할 뿐이다.' 라고 하신 법륜스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아, 모금이 잘된다고 오늘의 거리캠페인이 의미가 있고, 모금이 많이 안됐다고 이 캠페인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만 최선을 다해 할 뿐이다. 모금액은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한 생각을 돌이키고, 현재의 마음상태를 알아차리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모금할 때의 원칙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굶주리는 북한 동포의 부모 마음이 되서 간절하게 하는 것이 첫째요, 상대방이 모금을 해주건 안해주건에 관계없이 감사한 마음을 내며 방긋 웃는 것이 둘째입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외면을 하건 모금을 해주건에 상관없이 저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이거 정토회가 하는 거 맞지요? 여보 정토회래. 돈 좀 줘"
"법륜스님 계신 곳 맞아요? 저 법륜스님 팬이에요."
세 사람 정도가 JTS를 알고 돈을 넣어 줍니다. 정토회라면 믿을 수 있다면서 말입니다. 제가 정토 행자라는 것이 무척 뿌듯했습니다. 사람들이 신뢰하는 만큼 저도 정토행자로서 계율을 청정히 지키는 수행자가 되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인도의 자이나 교도 사람들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처럼 정토행자라고 하면 신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캠페인한 사람들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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