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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부인 속터진 이야기

도시 농군을 꿈꾸며...

도시 농군을 꿈꾸며....

 


조금의 땅이라도 보이면 무조건 심어대는 경작본능이 살아나는 봄이다. 

사무실에 창고로 사용되는 베란다에 오이, 토마토, 고추, 감자를 심었다. 

이런 나의 모습은 대물림이다.


어린시절, 다섯식구가 한명씩 돌아가며 마루에 앉아 밀집모자를 쓰고 화분을 끌어 안고 사진을 찍었던 적이 있다.  봐도 봐도 똑같은 모습이 우습다. 그날은 엄마가 참외를 수확하던 날이었다. 엄마가 화분에 참외를 심었는데 참외가 열렸다. 우리 가족은 참외가 조그맣게 달리던 순간부터 하루 하루 자라는 것을 지켜보다 제법크자 따서 먹기로 했다. 참외를 따기 전, 지금 표현으로 하자면 인증샷을 찍었던 것이다.


집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꽃이 피었었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엄마에게 화초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배운적이 한번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서 엄마가 보인다. 엄마처럼 봄이면 씨뿌리고 철마다 꽃을 보는 일상은 어릴때 보고 자란 덕이다.


그래서 법륜스님께선 아기는 엄마가 키워야 하고, 엄마는 심리적 안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나보다. 

나는 화초를 키우는 것외에 잔걱정 많은 엄마를 닮았다. ㅋㅋ

옆길로 샛다.


오늘 심은 것들은 사무실 동료 소현씨와 틈틈히 사다 놓은 오이, 가지, 오이고추, 감자다.


▽ 페트병을 짤라서 모종삽을 대신하니 훨씬 많은 흙을 손쉽게 담을 수 있었다. 화분의 모종은 가지다. 


 조선오이다. 여름이면 주렁주렁 ㅋㅋ


▽ 오이고추다. 


▽ 화분이 부족하여 가지는 가지는 한곳에 모았다. 


▽ 동료 소현씨가 물을 주고 있다. 사무실 베란다는 한사람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다. 그래도 창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이 좋다. 아무리 공간이 작아도 빛과 바람은 가득하다. 

휘휘 바람 소리도 좋고 쨍하게 햇빛도 찬란히 들어온다.


나의 맘도 어느 공간이나 가리지 않고 어떤 사람이나 가리지 않고 다 품었으면 하지만. 난 겨자씨 보다 작은 마음을 낼때가 많다. 혹여 도시에서 이렇게 봄,여름,가을,겨울을 느끼며 도시농군으로 살아가면 마음이 넓어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토마토 열리고 바질이 싹이나서 자라면 파스타 해 먹을 꿈부터 꾸는 나는 철모르는 아낙이다.


 


아무리 숨었어도 

- 한혜영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햇살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땅속 깊이 꼭꼭 숨은
암만 작은 씨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꽃
방실방실 피워낼걸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바람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나뭇가지 깊은 곳에
꼭꼭 숨은 잎새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잎새
파릇파릇 피워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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