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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몇 년 전에 재밌게 본 영화제목이다. 스토리가 어색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의 열연으로 그 어색함을 용서할 마음이 충분이 들었던 영화였다.

그 영화를 본 이후부터였는지 원래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생활하면서 나도 모르게 사람을 이렇게 세 종류로 분류하는 것 같다. 그 기준은 딱한가지다. 나한테 잘해주면 좋은 사람, 잘 안 해주면 나쁜 사람, 나한테 잘 안 해주는 건 아닌데 뭔가 잘 안 맞으면 이상한 사람.

'좋은 사람'은 친하게 지내고,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은 나도 모르게 멀리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한테 화를 내거나 짜증내거나 삐지는 사람을 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내 마음을 살피는 연습을 하면서 내가 화를 낼 때를 잘 살펴보니 화가 나면 일단 내가 힘들어지고, 그 힘든 만큼의 아주 작은 부분만 표현되는 것 같다. 짜증내는 것도, 삐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선 상대가 나한테 화를 내면 나도 순간적으로 화가 난다. 같이 화를 내기도 하지만 화가 올라오는 나를 지켜볼 때도 있다. 화가 올라오는구나. 가만히 지켜보면 기분이 좀 나빴다가 편안해진다. 그러면서 생각해본다. 저 사람 화나서 참 힘들겠구나. 저 사람 짜증나서 참 힘들겠구나. 상처를 많이 받았구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최소한 나 때문에 화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화내고 짜증내고 삐지는 건 일종의 자기 보호본능인 것 같다. 열등의식이 있거나 상처가 많은 사람이 특히 더 심하다. 이런 사람일수록 더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세상의 희망이 되기로 결심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화내고, 짜증내고, 삐지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겠구나. 이것이 요즘 나를 사로잡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러기엔 아직 내가 '이상한 놈'이다. 내 짐이 가벼워야 남의 짐을 들어줄 수 있을 텐데, 아직도 직장동료의 칭찬과 비난에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스쳐가는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는다. 그러니 그저 아침마다 나를 들여다보는 기도를 하며 팔 힘을 기를 수밖에…….

----------------평양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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